죽음의 향연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사이언스북스 | 책을 읽어보기로 한 것은 지은이가 리처드 로즈이기 때문이다. 리처드 로즈가 누군가? <원자 폭탄 만들기>의 지은이다. <원자 폭탄 만들기>는 매우 훌륭한 논픽션이고, 특히 내게는 과학사를 향한 꿈에 기름을 들이부은; 소중한 책이다. 세월이 무진장 흘러 광우병에 대한 책으로 다시 만나는구나.
'죽음의 향연'이라니 뭔가 무시무시한 경고들이 잔뜩 담긴 책 같다. 하지만 KBS 다큐멘터리처럼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왜 골육분을 먹이는 공장식 농장이 끔찍하고 위험한지 고발하는 책이 아니다. 센세이셔널한 무언가를 기대해선 안 될 것.
그보다 '전염성 해면상 뇌증'이라 불리는 질병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지, 그 실체는 무엇인지 소개했다. 인간, 밍크, 양, 소에게 존재하는 유사 질병들의 관계를 영장류를 활용한 (너무 슬픈) 연구로 파헤친 과학자들의 작업을 추적했다. 과학자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며 꼼꼼히 취재하는 능력은 여전하다. 얘기가 워낙 복잡한데, 그걸 7개의 고리로 개념화해서 단계별로 전개한 것도 유효하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광우병은 이러이러한 것이다! 라고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다.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아서 그렇다. 사실 좀 개운치 않기도 하고, 그래서 걱정이 더 된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광우병에 대한 터무니없는 염려나 잘못된 견해를 날려버릴 수 있다. 씌어진 지 꽤 된 책이지만 내가 알기로 이후 큰 변화는 없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한데, 과학 논픽션을 쓸 때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솔직히 전염성 해면상 뇌증에 대해서는 아직 이런 책을 쓰기 이른 게 아닌가... 음 하긴 나중에 증보판을 내면 되는구나. -_-; 걱정 하다하다 별 걸 다 하네;)
* 특정 연구자에게 한없이 호의적이고 특정 연구자에게 드러나게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좋은' 편에 대해서는 성추행 문제를 일으켰던 것까지 옹호해준다. ㅋ 물론 그게 과학적 업적과 무관하다는 건 당연하올시다 이지만 좀 웃겼다는 거지. '나쁜' 편에 대해서는 비꼬는 듯 적대하는 걸 넘어서 은근 이 분이 업계 왕따이시라는 것까지 암시하고 있다. 사실이 그런지 알 만한 친구들한테 물어봐야겠다.
하여간 이 '나쁜' 편이 (말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다름 아닌 프리온의 주창자시라는 것이 놀라웠다. 난 프리온이 완전 인정된 사실인 줄 알았다. 아직도 베일에 싸인 놈이었구나. 성급하게 노벨상을 주어 프리온의 실체를 밝히는 다각도의 노력을 일방향으로 짓눌러 버릴 우려가 있다는 로즈의 지적이 아주 날카롭다. 그래서 죽기 일보 직전이신 분들에게 주로 노벨상이 가는 거지.
이런 논픽션을 읽다 보면 과학적 사실을 정확하게 다루는 것에 집착하다 보니 관련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공평무사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그것보다 사실 이렇게 확 까놓고; 업계의 진흙탕 같은 암투;;까지 공개하는 편이 당연 재미있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이런 책이 많이 씌어질수록 과학자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가 깊어지리라 확신한다. 얼마나 대단한 인생들인가... 최근 황모 씨가 서울대를 상대로 해고 취하 소송을 냈다는 소식이 문득 떠오른다. 무릇 그 무엇이든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다 의심할지어니. |
# by starla | 2006/11/10 11:52 | hobby #1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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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안경 안 써요. 머리도 곱슬곱슬해요. by star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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